
[TV리포트=최민준 기자] MBN의 대형 제빵 서바이벌 ‘천하제빵 : 베이크 유어 드림'(이하 ‘천하제빵’)이 화려한 셰프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심사 방식과 구성 논란 속에 흔들리고 있다.
첫 방송에서 종편·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겉보기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자 반응은 냉정해지고 있다. ‘K-베이커리 서바이벌’을 표방했지만, 비교의 중심에는 결국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있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천하제빵’은 시청률 2.0%를 기록했고, 8일 방송된 2회는 2.3%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산뜻한 출발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시청자들은 시청률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흑백요리사’가 남긴 교과서적 성공 공식과의 비교는 ‘천하제빵’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 ‘흑백’→’3스타’ 안성재, ‘천하제빵’→’빵덕후’ 미미
가장 큰 논란은 단연 심사위원 구성이다. ‘천하제빵’은 이석원 명장, 프랑스 ‘올해의 파티시에’ 출신 김나래 셰프 등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여기에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브랜드 전문가 노희영까지 더해 외형상으로는 무게감 있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돌 출신 미미가 심사위원으로 합류하면서 논쟁의 불씨가 붙었다. 최정상급 셰프들이 치열하게 실력을 겨루는 제빵 서바이벌에서, 요리 전문성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물이 심사를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소환된 비교 대상이 바로 ‘흑백요리사’다. 해당 프로그램은 시즌 1·2 모두 백종원과 안성재라는 단 두 명의 심사위원 체제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백종원이 대중성과 직관적인 ‘맛’을 대표했다면, 안성재는 미쉐린 3스타 셰프로서 요리의 의도와 테크닉, 완성도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명확했고, 심사의 기준 역시 일관됐다. 반면 ‘천하제빵’에서는 “안성재 대신 미미”라는 식의 직설적인 비교가 온라인상에서 반복되며, 프로그램의 설득력을 깎아내리고 있다.

▲ “먹어는 봐야”…첫 회부터 불 지핀 ‘심사 거부’ 논란
논란에 불을 지핀 결정적 장면은 ‘심사 거부’ 사태였다. 지난 1일 방송에서 ‘해외 대회 우승자 제조기’로 불리던 오세성 셰프는 정식 심사 없이 탈락 처리됐다. 요리의 완성도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 피드백 없이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시청자 반응은 격앙됐다. “탈락을 시키더라도 심사는 받아야 한다”, “도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다”, “뱉더라도 입에는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흑백요리사’가 끝까지 셰프의 철학과 요리를 존중했던 태도와 대비되며 더욱 부각됐다.
연출 방식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빵을 실어 보내 기계적으로 평가·분류하는 시스템은 시각적 자극은 주었지만, 음식과 장인을 분리해 ‘공산품처럼 다룬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흑백요리사’가 심사위원과 요리사가 눈을 맞추며 접시 위의 의도를 교감했다면, ‘천하제빵’은 자극적인 장치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제빵과 제과의 경계가 흐릿하게 섞이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흑백요리사’ 후광 제대로 받으려면
물론 참가자들의 실력과 캐릭터는 분명한 장점이다. ‘망원동 빵대장’ 정정훈, ‘방앗간 빵쟁이’ 정남미 등 실력자들이 구황작물을 활용한 빵으로 호평을 받았고, ‘최빵록’ 임동석은 소금 치아바타로 이석원 명장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성과마저도 심사 기준의 혼란 속에서 빛이 바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천하제빵’은 분명 ‘흑백요리사’의 후광을 노렸다. 같은 공간, 비슷한 서바이벌 구조, 스타 셰프 중심의 캐스팅까지 기시감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생각보다 짙었다. 시즌2까지 성황리에 마무리된 ‘흑백요리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천하제빵’은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불리한 출발선에 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장치가 아니라, 심사의 기준과 태도에 대한 명확한 재정립이다. 그렇지 않다면 ‘천하제빵’은 끝내 “안성재에서 미미”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최민준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TV리포트 DB, MBN ‘천하제빵’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