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권상우 주연의 ‘하트맨’이 개봉 이후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한 ‘하트맨’은 전날까지 2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작년 이맘 때 254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흥행에 성공했던 ‘히트맨 2’와 너무도 대조적인 분위기다. ‘하트맨’은 ‘히트맨’ 시리즈의 최원섭 감독과 권상우가 뭉쳤고, 코미디에 방점이 찍힌 것도 닮아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대체 무엇이 이 두 영화의 운명을 갈랐을까.
‘하트맨’은 싱글 대디 승민(권상우 분)이 20대 때 첫눈에 반했던 보나(문채원 분)를 다시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승민은 보나의 등장으로 다시 연애세포가 깨어나고, 보나도 승민에게 호감을 보이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보나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걸 알게 되면서 승민은 딸의 존재를 숨기게 되고, 점점 더 난처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우선, ‘하트맨’이 가진 매력부터 살펴보자.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권상우를 내세운 작품이다. 권상우는 ‘히트맨’ 시리즈에 이어 ‘하트맨’에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코믹한 가장 역을 다시 한번 소화했다. 최근 권상우의 행보는 스스로가 장르가 되려는 듯한 야심을 보인다. 그는 근육질 액션 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사람냄새가 나는 아버지 역으로 연기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최근 권상우는 건장한 체격을 배반한 채 가족에게 구박받고, 눈치를 보는 연약한 가장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웃음을 만들어 왔다. 이런 이미지는 성동일과 함께한 ‘탐정’ 시리즈에서부터 조짐이 보였고, 최원섭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하며 더 부각됐다. 그리고 예능을 통해 권상우의 털털함과 인간적인 면이 주목받으며 권상우의 짠내 나는 가장 캐릭터를 향한 대중의 호감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잘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영화엔 서로의 환경과 성향 탓에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이 장애물을 딛고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첫사랑의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한 문채원은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로맨틱 분위기를 한층 강화했다. 그리고 승민을 감싸고 있는 조력자들은 긍정의 에너지와 무해함으로 코믹한 상황을 만든다. 특히, 딸 소영(김서헌 분)은 천진난만한 모습 뒤에 승민만큼이나 성숙한 태도로 사랑의 오작교 역을 톡톡히 했다.
‘하트맨’은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쟁취하는 승민, 그리고 아이를 싫어하던 보나가 마음의 문을 여는 등 캐릭터들이 조금씩 성장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속에 육아와 재혼 등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히트맨’ 시리즈가 높은 웃음 타율에도 휘발성이 강했다면, ‘하트맨’은 자극은 줄었지만 여운이 더 짙은 작품이었다. 영화의 감성을 고조시키는 음악의 활용도 이런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하트맨’이 ‘히트맨2’ 보다 인상적이었고, 모처럼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그러나 ‘하트맨’은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줄어든 자극이 생각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완성도가 유사한 두 코미디 영화의 운명을 가른 건 ‘킥’이다. ‘하트맨’은 무난했고, ‘히트맨’은 B급 감성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하트맨’은 ‘히트맨’처럼 코미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그 질감은 크게 다르다. ‘히트맨’ 시리즈는 전직 요원을 내세워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순간을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 슬랩스틱 및 과장된 액션에서 오는 웃음으로 승부를 걸었다. 정준호, 황우슬혜, 이이경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임팩트 있는 순간을 만들어 냈다.
반면, ‘하트맨’은 싱글 대디의 삶이라는 소재를 현실적인 톤 앤 매너로 전개하하며 소소한 웃음을 노렸다. 큰 웃음을 만드는 시도 자체가 줄었고, 남녀의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를 더 강조하며 다른 길을 걸었다. 다수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을 해 왔던 박지환을 비롯해 주변 캐릭터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트맨’은 권상우, 최원섭 감독의 재회로 주목을 받았던 영화다. 때문에 ‘히트맨’ 보다 코미디의 임팩트, 도파민이 적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트맨’이 제목에서부터 ‘히트맨’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며 웃음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던 게 독이 됐을 수도 있다. ‘하트맨’의 씁쓸한 성적표는 장르의 반복이 창작자와 배우에게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 돌아보게 했다. 그때는 맞았던 게 지금은 꽤 많이 틀릴 수 있는 것, 그게 코미디 작업의 어려움인가 보다.
강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