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가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


[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영화 ‘만약에 우리’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25일, 영화 ‘만약에 우리’가 14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주토피아 2’ ‘아바타: 불과 재’ 등 할리우드 대작과 1월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관객수를 쌓으며 2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멜로 영화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만약에 우리’는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훔쳤을까.

‘만약에 우리’는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먼 훗날 우리’는 옛사랑과 운명처럼 재회한 남녀가 지난날을 돌아보고, 변화한 현재 속에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이야기다. 영화엔 조금은 지질했던 청춘, 그리고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연인들이 연약해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이를 통해 ‘먼 훗날 우리’는 미숙했던 옛사랑을 향한 아쉬움, 순수했던 시절의 풋풋함 등 아련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만약에 우리’는 흑백 화면과, 지하철 이별 신 등 원작의 인상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한국판만의 매력을 더해 지금의 관객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캐릭터의 로맨스에 집중함으로써 영화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선택을 했다. ‘먼 훗날 우리’와 ‘만약의 우리’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집’이다. ‘먼 훗날 우리’가 집을 통해 소시민의 열악한 삶을 보여줬다면, ‘만약에 우리’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둘 만의 공간으로 집을 활용했다.

‘먼 훗날 우리’는 로맨스 영화이면서 소시민의 삶과 집을 통해 구분되는 계층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베이징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비롯해 소시민들의 다양한 주거문화를 보여준다. 특히, 얇은 판자를 두고서 많은 가구가 한 층에 머물고 있는 샷을 통해 주인공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샷은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도 그리고 불법 CD 등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을 통해 소시민의 비루한 삶을 현실적인 질감으로 담았다.

‘만약에 우리’ 서울에서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단함에 관해 말하는 신이 있다. 그리고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의 경제력이 나빠지면서 좁은 집으로 이사하고, 창도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회 초년생이 된 인물들의 어려움 및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먼 훗날 우리’ 만큼 현실 주거 문제나 계층 문제를 조명하지 않는다. 대신 정원의 “내 집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등을 통해 집을 더 낭만적인 공간으로 표현했다. 덕분에 ‘만약에 우리’는 ‘먼 훗날 우리’ 보다 서정적인 질감과 분위기가 더 잘 살 수 있었다.

주인공의 설정 변화도 눈에 띈다. ‘먼 훗날 우리’의 팡 샤오샤오(주동우 분)는 베이징에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인물이다. 사회적 성취에 대한 욕구는 잘 보이지 않고, 좋은 남자를 만나 좋은 집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남자를 만나는 데엔 적극적이지만, 자신의 꿈에 관해서는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만약에 우리’의 정원은 건축가라는 꿈이 있다. 남자관계엔 소극적이지만, 꿈 앞에서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설정의 차이는 두 인물의 결말에도 영향을 끼쳤다. ‘먼 훗날 우리’와 ‘만약에 우리’ 모두 남자 주인공들은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꿈을 쟁취한 인물로 영화 속에 서있다. 하지만 여주인공들의 위치는 극과 극이다. ‘먼 훗날 우리’에서 팡 샤오샤오는 머물고 싶었던 베이징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영화에서 퇴장한다. 빛을 잃은 현재와 행복했던 시간이 대조되며 과거를 향한 그리움이 증폭될 수 있었다.

‘만약에 우리’의 정원은 건축가로서 꿈을 이룬 인물로 등장한다. 두 남녀 모두 꿈에 도달한 위치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청춘의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 꿈과 사랑에서 모두 멀어지고 있던 인물들은 이별 후에 각성하며 성장한다. ‘만약에 우리’는 이별을 사회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성장통으로 부각했다. 이때 지금의 3040 세대가 사회초년생 때 겪었을 법한 일들과 사회의 분위기를 스크린에 옮기며 공감대를 높인 것도 인상적이다.

‘먼 훗날 우리’는 연인의 이별과 함께 중국 사회의 계층 및 세대 문제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레이어가 두꺼운 작품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로맨스에 집중하며 원작보다 단순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 무기는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감정의 공유가 중요한 스크린 상영작으로서 영리한 선택이었고, 대흥행에 성공하며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도 증명해 냈다. 덕분에 인상적인 리메이크작으로 오래 기억될 영화다.

강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