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유해진 “극장에 필요했던 영화…전 세대가 좋아할 것” [RE:인터뷰③]


[TV리포트=강지호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유해진은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함께 개봉을 앞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유해진은 산골짜기 마을 광천골 촌장인 엄흥도 역을 맡아 웃음과 눈물을 오가는 열연을 펼치며 다시 한번 놀라움을 안겼다.

앞서 장항준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의 시나리오 작업 과정부터 유해진을 엄흥도 역으로 점 찍어뒀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감독의 열렬한 러브콜과 함께 작품에 합류한 그는 역사에 단 두 줄로 남겨진, 단종의 마지막을 함께한 인물 엄흥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유해진은 “실제로 계셨던 분이라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어린 단종의 곁에 있어 주고, 받게 될 처벌이 컸음에도 단종의 마지막 수습까지 한 대단한 분이셨다. 정말 훌륭한 분이라 생각했고 그 분이 그려진다는 것 자체가 무척 좋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며 엄흥도 역을 맡게 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는 픽션이긴 하지만, 단순히 ‘죽었다’가 아닌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와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며 “대중들에게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하려면 너무 무게감만 있어도 안 되고, 같이 어울리는 과정을 그리면서 관객이 스며들게 해야 하다 보니 가벼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특히 조심스러웠다. 최대한 엄흥도라는 훌륭한 분을 먹칠하지 않으면서, 작품의 전하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과정을 잘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유해진의 애드립과 섬세한 연기는 다시 한번 빛을 봤다. 장항준 감독에게 다양한 의견을 내며 ‘왕과 사는 남자’의 깊이감을 더한 유해진은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화를 전했다. 그는 “물가에서 놀고 있는 단종을 엄흥도가 바라보는 장면이 마지막쯤 플래시백처럼 등장한다. 이 장면은 원래 촬영하던 장면이 아니었는데 박지훈의 모습을 보고 내가 찍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에 (장면이) 들어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나이인 단종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엄흥도의 부모 같은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정말 좋은 위치에 들어간 것 같다. 슬픔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간 배우들을 향한 애정 어린 이야기도 이어졌다. 유해진은 “막동아재 역을 맡은 이준혁 배우의 역할도 컸다. 툭툭 뱉는 말도 그렇고 준비를 많이 했더라. 그런 부분들이 마을 사람들과의 호흡을 풍성하게 했다”며 “연극하는 분들 중에 마을 사람으로 출연한 분들이 많았다. 원래 알고 지내는 분들도 있어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광천골 사람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극 중 엄흥도의 아들 엄태산 역을 맡아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김민도 유해진과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언급됐다. 유해진은 “김민도 무게감 있게 참 잘했다. 엄흥도라는 사람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는 존재지 않냐. 엄태산도 상당히 중요했는데 김민이 잘한 것 같다”며 “처음에 (비주얼이) 나랑 비슷한 것 같긴 했는데 좀 더 세련됐다고 느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개봉 전부터 ‘왕과 사는 남자’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는바. 유해진은 “여러 세대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 오랜만에 나왔다는 기대감이 있다.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고, 그러면서 너무 가볍지 않고 이런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타겟인 작품이 많았는데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흥행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유해진은 ‘왕과 사는 남자’가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전했다. “참 행복했다”며 말문을 연 유해진은 “사람들도 너무 좋고, 감독도 유쾌하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박지훈과도 너무 좋았고 스트레스도 없었고, 정말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찍어서 행복했다. 만에 하나 (흥행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중 단종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까지 흘린 유해진은 “내 마음을 쏟은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하며 그가 작품에 쏟은 진심을 짐작하게 했다.

여러 편의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자 한국 대표 흥행 배우인 유해진은 장르를 오가는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가졌다. 사극에서의 존재감도 컸던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을까. 그는 “장면에 녹아있으려는 노력만 한다. 장면에 녹아있기만 한다면 다른 인물로 봐주시더라. 내가 나올 때 ‘유해진인지 몰랐다. 못 알아봤다’ 이렇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능청스레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나의 최고 목표는 이야기 속에 잘 녹아있는 것이다”고 자신의 연기 철학을 덧붙였다.

완벽하게 장면에 녹아든 유해진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2월 4일 극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